[송승룡의 칼럼] 전북 수소경제, ‘시범도시의 영광’에서 ‘생활 속 수소도시’로
[한국수소환경신문] 수소의 날(11월 2일)을 맞아 한국수소환경신문(회장 송승룡)은 “전북 수소경제의 미래를 묻다 – 도지사·전주시장·완주군수 후보에게 듣는다” 라는 제목으로 2026년 지방선거 전북지역 수소산업 비전 특집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기획에는 안호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전북도지사 출마 예정자), 전주시장 출마 예정자인 국주영은 전북도의원(전 도의회의장), 전주시장 출마 예정자인 조지훈 전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완주군수 출마 예정자인 이돈승 김대중재단 완주군지회장이 각각 참여해 전북 수소경제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밝혔다. (출마예정자 중 먼저 답변을 보내오신 분들중 이름순)
정치적 배경과 행정 경험은 서로 다르지만, 네 사람의 답변에는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가 뚜렷했다.
“지방정부가 바뀌어야 수소산업이 산다.”
이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지금 전북 수소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기도 하다.
전북, ‘기반은 갖췄지만 속도가 떨어지는’ 수소경제의 핵심축
전북은 이미 대한민국 수소경제 지도를 펼쳐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핵심 지역이다. 완주의 국가 수소특화산업단지와 현대차 전주공장, 전주의 수소시범도시, 수소버스, 탄소중립 선도도시 경험, 새만금의 재생에너지·수소항만·모빌리티 인프라, 익산의 물류·배후단지, 남원의 수소관광 실증 도시 구상까지. ‘지도’만 놓고 보면 전북은 수소경제의 교과서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치는 모습은 다소 다르다.
완주는 전국 최초의 수소 시범도시로 지정되었지만, 실제 수소충전소는 1기에 불과하다. 수소특화단지 예비 지정 이후의 후속 전략과 속도는 울산 등 선도 지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주는 전국 최고 수준의 수소버스를 운행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수소·전기차 보급을 뒷받침할 예산과 충전 인프라, 운영 체계는 당초 계획만큼 뒷받침되지 못해 시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전북 전체적으로 보면, 각종 수소 프로젝트와 예산 사업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어떤 미래상을 그리는지” 도민이 한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특집 인터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수소의 날을 계기로, “전북 수소경제의 현재 위치는 어디이며, 누가 이 운전대를 책임 있게 잡을 수 있는가”를 함께 묻고자 한 것이다.
네 명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전북 수소산업의 공통 과제
1) ‘출발선의 성과’를 넘어 ‘생활형 수소도시’로
이돈승 지회장은 완주의 현주소를 “출발선 위의 성과”라는 표현으로 정리했다. 수소 시범도시 지정,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유치, 현대차 완주공장이라는 든든한 기반 등 출발선에서의 준비와 성과는 분명하지만, 군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생활형 수소도시’, 청년에게 기회가 되는 ‘수소 일자리 도시’로 나아가는 속도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비단 완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이 추진해온 수소정책 전반이 안고 있는 공통 과제이기도 하다.
2) 전주, ‘선도도시 자산’을 살리지 못한 지난 3년
조지훈 전 원장은 지난 3년간 전주시의 기후·수소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한때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탄소중립 선도도시, 수소시범도시 전주”라는 자산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고, 민주당이 지향하는 기후·에너지 전환의 가치와도 엇갈린 정책 운영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주영은 도의원 역시 충전소 가동률, 정비 대응 시간, 안전·소음·비용에 대한 시민 소통과 신뢰 문제 등 전주시 수소정책의 약점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결국 핵심은, “전주가 갖고 있는 수소 선도도시 경험과 인프라를 다시 어떻게 정상 궤도로 올려놓을 것인가”라는 과제다.
3) ‘클러스터·연계·거버넌스·생활체감’이라는 키워드
네 명의 답변을 종합해 보면, 전북 수소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클러스터: 생산–저장–운송–활용이 하나의 사이클로 이어지는 ‘전북형 수소산업 클러스터’ 구축
연계: 새만금–완주–전주를 잇는 수소 벨트, 전북 13개 시·군이 참여하는 광역 연계 전략
거버넌스: 기업·연구기관·지자체·시민단체가 함께 정책을 설계하고 점검하는 상설 협의체
생활 체감: 수소버스·청소차·특장차, 공공시설 에너지 전환을 통해 요금·난방비 절감 효과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구조
이익 공유: 재생에너지·수소경제 전환으로 발생한 편익을 시민과 나누는 ‘시민배당’과 이익 공유 모델
이는 더 이상 “홍보용·수사(修辭)용 수소경제”가 아니라, 도민의 생활비, 일자리, 도시 경쟁력과 직접 연결된 ‘생활형 수소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통 인식으로 읽힌다.
전북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이번 기획을 준비한 한 사람으로서, 전북 수소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제언 1. ‘전북형 수소경제 로드맵 2.0’을 도–시·군 공동 프로젝트로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북의 수소정책은 각 시·군이 개별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도지사–전주시장–완주군수–기타 시·군 단체장이 한 테이블에 앉아 “전북형 수소경제 로드맵 2.0”을 공동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전북도는 광역 차원의 방향 설정, 제도·예산·입법 지원을 담당하고, 각 시·군은 모빌리티, 물류, 관광, 농업, 산업단지 등 자신의 강점을 살린 특화 모델을 책임지며, 도의회와 시·군의회는 이 로드맵을 기준으로 감시와 지원을 병행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제각각 수소 관련 공약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유지·계승되는 전북 공동의 수소경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제언 2. ‘새만금–완주–전주’ 수소벨트를 말이 아닌 실질 사업으로 구현해야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 특히 공감이 컸던 부분은, 전주가 “새만금과 완주를 잇는 맏형, 플랫폼 도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새만금은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생산, 항만·배후단지를 포함한 대규모 실증의 무대이고, 완주는 수소특화산단과 완성차·부품·실증·정비 허브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전주는 수소교육·연구, 행정, 수요(버스·공공시설·관광)와 문화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이 세 거점을 하나의 벨트로 엮으면, 전북은 개별 사업의 나열을 넘어, “정책·실증·생활이 함께 돌아가는 대한민국형 수소 리빙랩(Living Lab) 도시” 로 도약할 수 있다.
여기에 익산의 물류 기능, 남원의 수소관광, 김제·부안의 재생에너지까지 더해지면 ‘탄소중립특별자치도 전북’이라는 타이틀이 실질적인 내용과 무게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환경부·국토부, 수소산업진흥원, 테크노파크, 연구기관, 기업,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전북 수소경제 전략위원회(가칭)"와 같은 컨트롤타워 설치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언 3. ‘시민이 주인인 수소도시’ 없이는 산업도 지속될 수 없다
네 명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단어는, 형태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시민·군민·도민”이었다. 찾아가는 수소교실, 안전체험, 충전소·시설 오픈데이, 도서관·주민센터·공원과 연계된 생활 밀착형 수소·에너지 교육, 수소버스·청소차·공공시설 에너지 전환을 통한 교통·난방비 절감,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을 시민과 나누는 이익공유·시민배당 모델까지. 수소산업은 기술 이전에 신뢰의 산업이다.
수소충전소 한 기를 짓는 데 2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사고 한 번, 불신 한 번이면 그간의 투자와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수소도시는 설계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소도시는 설계도가 아니라 관계망이다.”
전북의 수소도시는 버스를 타는 시민, 충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시민이 이해하고, 동의하고, 직접 참여하는 구조 없이 수소산업만 앞서갈 수는 없다.
선거는 끝나도, 수소경제는 계속된다.
이번 특집 인터뷰 기획은 어느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2026년 지방선거라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전북의 수소경제 미래를 논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 수준의 비전과 전략은 제시해야 한다” 는 기준점을 세우기 위한 작업이다.
선거는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된다. 도민이 후보자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누가 말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전북 수소경제의 기반을 실제로 설계하고, 4년 뒤 숫자와 결과로 증명할 수 있는가”이다.
한국수소환경신문은 앞으로도 전북 수소산업의 성과와 한계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정책과 현장을 잇는 ‘브리지 언론’,
시민·전문가·정치·기업을 연결하는 ‘수소 거버넌스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전북이 “한때 시범도시였던 지역”으로만 남지 않고, “수소와 탄소중립 시대를 가장 먼저, 가장 현명하게 준비한 지역”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언론의 자리에서 끝까지 함께하겠다.
수소의 날을 맞아, 전북 수소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
*인터뷰에 협조해 주신 안호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님,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원님, 조지훈 전) 전북 경제통상진흥원 원장님, 이돈승 김대중재단 완주군 지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