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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끗한 바다를 만드는 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기차는 더 이상 오지 않지만, 옛 해운대역 플랫폼은 바다의 희망이 되어 줄 당신을 기다린다. 버려진 것들이 건네는 이야기는 8월 31일까지 계속된다.

[한국수소환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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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연구소 소장

 

 

해운대역, 기차가 멈춘 곳에서 바다의 희망이 출발한다

              이종명(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연구소장)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해운대역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플랫폼 위로 파도가 밀려오고, 레일 사이로 바다생물들이 헤엄쳐 다닌다. 그리고, 바다 속 '버려진 것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의 김정아 작가가 선사하는 이 기묘한 만남은, 버려진 기차역에서 버려진 바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얼마나 완벽한 우연의 일치인가. 사람들이 등을 돌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등을 돌린 바다의 절규를 듣게 되다니.

 

새로운 십장생, 플라스틱 쓰레기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해안을 채우면서 그 곳에 살던 민물가마우지가 사라지고 그 공간은 작품의 제목인 '빈 자리'가 되었다. 작가는 빈자리만큼 캔버스를 잘라내고 그 자리를 거울로 채웠다. 관람객이 빈 자리를 들여다 보면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열 폭 병풍에 그려진 '신십장생도'는 더 충격적이다. 장수하는 생물들이 사라진 자리를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채우고 있다. 바깥 세상을 동경하는 친구에게 바다 속에도 좋은 것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고 노래하는 '언더더씨' 악보는 바다 쓰레기로 만들어졌다. 인간들이 염원한 불로장생의 꿈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대신 이루어서 오래오래 바다에 남아 있을 것이다.            

 

바다 속 청소부들의 연대 

 

수중사진가 김혜진 다이버가 찍은 우리나라 바다 생물의 아름다움과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위협받는 생물들의 모습이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며 걸려있다. 제주도의 화려한 연산호, 연방 배에서 새끼를 낳고 있는 통영의 해마, 눈동자 속에 오로라를 담은 듯한 동해의 청베도라치... 그러나, 한 쪽에서는 버려진 통발에 갇혀 우럭이 죽어가고 있다. 버려진 통발은 누구도 원하지 않은 조업을 계속하는 '유령'이 되어 버렸다. 이런 폐어구를 청소하는 다이버들의 모습과 함께 바다 속을 청소하는 다양한 물고기들의 사진이 함께 걸린 것도 이채롭다. 누군가는 버리지만 또 누군가는 열심히 치운다. 사람도 수중생물도. 

 

한 걸음의 마법

 

김정아 작가의 렌티큘러 작품은 마법을 부린다. 온갖 쓰레기로 뒤덮인 해변인데, 그림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자 순식간에 깨끗한 모래사장으로 변한다. 단순한 시각적 트릭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한 걸음씩 다가선다면 정말로 이런 극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 플랫폼 자체가 이런 희망의 상징이다. 동해남부선 철도가 복선화되면서 문을 닫았던 기차역이 시민들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이 되었다. 철도에는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되었지만, 덕분에 그동안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철로 너머의 공간을 시민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부산의 새로운 명소 해리단길이 되었다. 사람들이 한 걸음 다가서면서 버려졌던 기차역이 전시공연장이 되고, 기찻길 너머 외딴 동네가 관광명소로 변했다. 이번 전시에 많은 사람들의 한걸음이 더해져서 깨끗한 바다를 만드는 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기차는 더 이상 오지 않지만, 옛 해운대역 플랫폼은 바다의 희망이 되어 줄 당신을 기다린다. 버려진 것들이 건네는 이야기는 8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이종명 소장 주요약력

현)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연구소 소장

현) 국립공원 자문위원

현) UN 해양환경평가 기여전문가

전) 경상남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전) 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전) 한국해양구조단 환경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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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소장 칼럼] 해운대역, 기차가 멈춘 곳에서 바다의 희망이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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