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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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평 이삭빛시인(본명: 이미영문학박사/세계학술원 아카데미 명예인문학 박사) 국립 NSSU대학 겸임교수, 문학평론가

 

신방윤의 『고향』 고요한 안개 속의 진실

 

신방윤 시인의 「고향」은 단순한 회상의 시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정경을 빌려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비추는 서정적 철학의 시이다.

 

땅거미 진 산등성이에

산 새소리 적막한 밤

밤안개는 스멀스멀

그리움으로 밀려와

잎새를 부둥켜안고서

 

지난밤에 맺힌 눈물방울로

잎새를 짓누르며

아침 햇살에 부스스

이슬방울 되어 흐르는데

 

노송은 모진 세월을

굽은 가지에 담고서

미동도 하지 아니한 채

늘 푸른 솔잎을 보라 하네 - 신방윤의 『고향』 전문

 

시의 첫 행에서 ‘밤안개는 스멀스멀 그리움으로 밀려와 잎새를 부둥켜안고서’라는 표현은, 안개라는 자연현상을 감정의 실체로 치환하며, 고향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마치 안개처럼 몸을 감싸는 감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안개는 단순한 기후가 아니라, 기억의 결이며, 감정의 숨결이다.

 

이러한 시적 설정은 자연과 감정이 하나로 융합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보여준다. 시인은 자연을 단순히 배경으로 삼지 않고, 감정의 매개로 삼아 고향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탐색한다. 고향은 장소가 아니라, 감정의 원형이며, 존재의 뿌리다.

 

눈물에서 이슬로, 감정의 정화와 순환

 

시의 중반부에서 ‘지난밤에 맺힌 눈물방울로 잎새를 짓누르며 아침 햇살에 부스스 이슬방울 되어 흐르는데’라는 구절은 감정의 정화 과정을 보여준다. 눈물은 고통의 흔적이지만, 그것이 이슬로 변하는 순간, 슬픔은 자연의 순리 속에서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삶의 순환과 치유를 상징한다.

 

이 장면은 마치 인간의 내면이 자연의 리듬에 따라 정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인은 이를 통해 고향이라는 감정의 원천이 단지 아련한 기억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자 지혜임을 암시한다. 이처럼 시는 감정의 흐름을 자연의 변화 속에 녹여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노송의 침묵, 삶의 진실을 말하다

 

시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노송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고통과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존재의 상징이다. ‘모진 세월을 굽은 가지에 담고서 미동도 하지 아니한 채 늘 푸른 솔잎을 보라 하네’라는 구절은, 흔들림 없는 정신과 불변의 가치를 상징한다. 노송은 말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 삶의 진실이 담겨 있다.

 

이 장면은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한자성어와 맞닿는다. 이익을 보거든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외적 유혹보다 내적 진실을 지키는 자세로 확장된다. 노송은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으며,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중심을 묻는다. 고향은 그 중심의 이름이며, 흔들리지 않는 뿌리다.

 

고통을 견디며 피어나는 존재의 품격

 

「고향」은 단순한 그리움의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고통과 시련을 견디며 피어나는 존재의 품격을 노래하는 시이다. 노송이 겪어온 모진 세월처럼, 우리의 삶도 고통과 시련의 연속일 수 있다. 하지만 넬슨 만델라의 말처럼,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가장 큰 영광은 넘어지지 않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에 있다.’ 이 시는 바로 그 ‘일어남’의 정신을 노송에 빗대어 보여준다.

 

고향은 단지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자리다. 시인은 자연과 감정을 엮어, 고향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며, 독자에게 삶의 진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결국, 「고향」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서 다시 일어서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노송의 푸른 솔잎처럼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에 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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