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평 이삭빛시인(본명: 이미영문학박사/세계학술원 아카데미 명예인문학 박사) 국립 NSSU대학 겸임교수, 문학평론가
[한국수소환경신문]

박옥태래진의 『노을』
노을의 장막 아래, 삶과 죽음의 붉은 서사
시평 이삭빛시인(본명: 이미영문학박사/세계학술원 아카데미 명예인문학 박사)
국립 NSSU대학 겸임교수, 문학평론가
박옥태래진 시인의 「노을」은 단순한 자연의 저녁 풍경을 넘어, 인간 존재의 종언을 상징하는 철학적 무대다.
아! 수 만송이 꽃들로 일어섰습니다
꿈을 부르다 죽어간 영혼들이
붉은 피의 깃발로 가을하늘에 피었습니다
깨어나 푸르던 아침의 하늘자락
오전과 정오의 불타는 인생들도
하늘자락에 걸린 남은 시간으로 몰려들고
꿈의 배신으로 목들이 잘려나간
붉은 바다위에 등신불단을 세우고
남은 미련과 유혹의 꽃들마저도 불사릅니다
수 만송이 황홀한 꽃들의 경멸이여!
다시 볼 수 없이 녹아내리는 하늘이여!
긴 삶의 흔적 유언으로 남긴 채
엄습하는 죽음의 검은 장막을 마중하는가?
사랑의 인내와 비굴한 자유와
꿈의 유혹, 사랑의 쾌락
영광의 미련, 죽음의 두려움에서
아부의 구걸 따위의 역겨움을 토해내는
꽃들의 마지막 울부짖음으로
안녕! 안녕! 이별도 사랑이었던가요?
아! 수 만송이 꽃들로 일어섰습니다
꿈을 부르다 죽어간 영혼들이
붉은 피의 깃발로 가을하늘에 피었습니다. - 박옥태래진의 『노을』 전문
붉은 노을, 존재의 마지막 무대
시의 첫 행 ‘수만 송이 꽃들로 일어섰습니다’는 생명의 찬란한 개화가 아니라, 죽어간 영혼들의 마지막 외침이다. 이 꽃들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꿈을 부르다 꺾인 존재들의 붉은 피로 피어난 깃발이며, 가을 하늘에 걸린 삶의 유언이다. 시인은 노을을 단순한 빛의 현상이 아닌, 삶과 죽음의 경계선으로 설정하며, 그 위에 인간의 고통과 희망, 배신과 미련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이러한 시적 설정은 자연을 배경으로 삼되, 인간의 내면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노을은 붉은 장막이 되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덮으며 존재의 흔적을 태운다. 이는 단순한 서정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장이며, 시인은 그 위에 인간의 본질을 묻는다.
꿈의 배신과 존재의 해체
시의 중심에는 ‘꿈을 부르다 죽어간 영혼들’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인간이 추구하던 이상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목들이 잘려나간’이라는 표현은 그 배신의 폭력성을 극적으로 드러내며, 붉은 바다 위에 세워진 등신불단은 인간의 욕망과 미련이 불타는 제단이다. 이 장면은 마치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모든 유혹과 미련을 불사르는 의식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이미지 속에서 우리는 허망지몽(虛妄之夢)이라는 한자성어를 떠올리게 된다. 덧없고 실현되지 못한 꿈, 그것은 인간이 평생을 쫓다 결국 손에 쥐지 못한 이상이며, 시인은 그 허망함을 붉은 꽃으로 형상화한다. 이 꽃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경멸을 담고 있다. ‘수 만송이 황홀한 꽃들의 경멸이여!’라는 외침은, 삶의 찬란함 속에 숨겨진 절망을 드러내며,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폭로한다.
죽음의 미학과 시간의 소멸
‘녹아내리는 하늘’은 시간의 소멸을 상징하며, 삶의 흔적은 유언처럼 남겨진다. 시인은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닌, 삶의 정화이자 마지막 진실로 제시한다. 이 장면은 니체의 ‘운명애(Amor Fati)’를 떠올리게 한다. 고통과 죽음을 사랑하라는 철학적 태도는, 시 속 꽃들의 울부짖음과 절묘하게 겹친다.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이며, 시인은 그 진실을 노을의 붉은 장막 속에서 포착한다.
이러한 시적 사유는 칼 융의 말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삶이란 죽음으로 향하는 여행이며, 죽음은 삶의 가장 진실한 순간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시인의 붉은 노을 속에서 울려 퍼지는 존재의 외침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의 완성이며, 시인은 그 완성의 순간을 꽃과 불, 하늘과 장막으로 형상화한다.
이별의 철학, 사랑의 또 다른 이름
마지막 구절 ‘안녕! 안녕! 이별도 사랑이었던가요?’는 시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 질문이다. 이별은 단절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다는 통찰은 시인의 깊은 내면을 드러낸다. 다시 반복되는 ‘수 만송이 꽃들로 일어섰습니다’는 죽음 이후에도 피어나는 존재의 흔적이며, 인간의 존엄을 상징한다. 시인은 노을이라는 자연의 현상을 통해, 인간 존재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노래하며, 독자에게 삶의 본질을 묻는다.
이 시는 단순한 서정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해체와 재구성, 죽음의 미학과 삶의 진실을 탐색하는 철학적 서사이며, 시인은 그 서사를 붉은 노을 위에 펼쳐 보인다. 결국, 「노을」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은 무엇을 남겼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붉은 하늘 아래 피어난 꽃들처럼,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