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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평론 : 이삭빛 시인(본명 이미영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국립 NWSSU 교수

[한국수소환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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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시인(사/한국생활법률문화 연구원 이사장, 전북시인협회 회장, 노벨재단 심의위원)

 

방하착放下着

 

이형구

 

붉은 빛들이 자유의 몸이 되어

들창을 넘는다

구들장이 골반을 붙잡고

반야를 설법하고 있다

 

고행의 유혹이

양 어깨를 토닥거리며

공중부양을 꿈꾸지만

세상이 샅바를 휘어잡고 우뚝 섰다

 

허리춤에 매달린 인연

집착이라고 고집을 하여도

그런 인연이라도 많았으면 좋겠다 

 

- 이형구 시인의 ' 방하착放下着'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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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 이삭빛 시인(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국립NWSSU대학 교수)

 

'인연이란 끊으려 애쓸수록 실타래처럼 얽힌다. 그러나 방하착은 실을 끊는 것이 아니라, 실을 품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이형구 시인의 「방하착」은 초월의 열망과 인간적 온기를 교차시키며 전개되는 내면의 여정이다. 시 속의 이미지는 단순한 묘사를 넘어서 존재의 작용이며, 내면의 무늬다. 내려놓기와 붙들기의 간극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담아낸 이 시는, 비움의 찰나에서 피어나는 향기를 그려낸다.

 

붉은 빛과 들창

-경계를 넘는 빛의 몸짓

 

붉은 빛은 욕망의 흔적, 혹은 치열한 해방의 상징이다. 그것이 ‘자유의 몸’이 되어 들창을 넘는 순간, 시인은 현실과 초월의 경계선을 시각화한다. 들창은 삶의 문턱이자, 마음의 창이다. 그 빛은 무언가를 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품고 넘는 힘이다. 들창은 외부를 향한 탈출구가 아닌, 내면으로 스며드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자유란, 결국 자신의 속박을 끌어안고도 넘을 수 있는 빛의 자세다.

 

구들장과 골반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설법

 

구들장은 고요하고 낮은 장소다. 물성이 지닌 따스함과 침잠의 이미지를 지녔다. 골반은 육체의 중심이며, 생명의 자리다. 그곳에 반야가 설법을 시작한다는 것은, 지혜가 삶의 가장 낮고 연약한 곳에서 피어난다는 은유다. 설법은 말이 아니라 체온이고, 말씀은 형식이 아닌 울림이다. 시인은 낮은 온기 속에서 진리를 들려주며, 고통의 중심을 지혜의 터전으로 승화시킨다.

 

세상의 샅바

-끌어내리는 현실, 버티는 몸

공중부양은 탈속의 상징이며, 샅바는 투쟁과 통제의 상징이다. 꿈은 부양하려 하고, 현실은 붙들어 당긴다. 여기서의 샅바는 단지 물리적 장치가 아닌, 모든 유혹과 책임, 체념과 붙듦의 형상이다. 시인은 부유하려 하지만, 삶의 무게는 늘 중심을 잡으라 한다. 이 긴장감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깊은 ‘지금 여기’를 배운다. 높이 날기보다, 낮게 버티는 기술. 그것은 떨어짐이 아닌, 뿌리내림에 가까운 깨달음이다.

 

인연의 미소

-집착 너머의 향기

 

시의 전개를 통틀어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 이 구절에 있다. 해탈을 노래하던 시인이, 인연을 집착이라 하면서도 그것이 많기를 바란다. 인연은 얽힘이지만, 그 얽힘 안에서 따뜻한 손길을 느낀다. 내려놓으려는 마음 안에 품고 싶은 흔적들이 자꾸만 남는다. 그것은 집착이 아니라, 그리움이다. 시인은 방하착을 말하면서도, 그 끝자락에 인연의 향기를 남긴다. 고집이라 하여도 좋고, 그런 인연이라도 있었으면 한다는 말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바람이다.

 

붙들다, 놓다, 그리고 다시 품다

 

「방하착」은 비움에 관한 시 같지만, 정작 그 안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품음이다. 놓음은 버림이 아니라, 다시 품기 위한 호흡이다. 시인은 들창을 넘는 빛에서, 골반의 설법에서, 샅바를 쥔 현실에서, 그리고 인연의 미소에서 모두 버림보다는 품음의 방향으로 시선을 옮긴다. 방하착은 그저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무게를 끌어안는 방식이다. 그리하여 결국 자유는 더 가볍게 나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히 품고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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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재단 명시편] 이형구 시인의 , 내려놓음 너머의 품음 / 이삭빛 문학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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